[샤카스 칼럼] 상식의 배신, 불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한 진실

아주 원시적인 시대의 이야기다.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최초로 고기를 굽기 시작했을 때를 생각하면 그것은 단순한 조리법의 발견이 아니었다. 불은 여러가지 선택을 강요했다. 날것을 먹을 것인가, 익힌 것을 먹을 것인가. 불에 데일 위험을 무릅쓸 것인가, 안전한 거리를 유지할 것인가. 그 선택의 순간, 원시적 인간은 용기와 비겁함 사이에서 흔들렸다.

오늘날 법정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하나의 의식이며, 판사석은 현대판 제단이 된다. 

그 앞에 선 인간은 여전히 같은 선택 앞에 놓인다. 진실의 불꽃을 정면으로 응시할 것인가, 아니면 권력과 보신(保身)이라는 안전한 그늘로 피할 것인가.

 

상식을 해부학적으로 살펴보면 그것은 공유된 환상인가? 아니면 보편적 진리인가? 하는 질문에 부딪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Ethica Nicomachea)』에서 프로네시스 (phronesis), 즉 실천적 지혜를 말했다. 이는 추상적 원리가 아니라 구체적 상황에서 작동하는 판단력이다. 상식은 바로 이 프로네시스의 집단적 형태다. 특정 사회 구성원들이 무수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이것만은 지켜져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 함정이 있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에서 포착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 그것이다.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은 괴물이 아니었다. 그는 지극히 평범한 관료였고, 그의 '상식'은 상급자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었다. 그의 상식 안에서 그는 완벽히 합리적이었다.

대한민국의 법정 역사도 이 악의 평범성으로 점철되어 있다. 1950년대 국가보안법 적용 사건들, 1970년대 긴급조치 위반 판결들, 19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재판들. 당시 판사들은 '법에 따라' 판결했다고 말한다. 그들의 상식 안에서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법복의 역설이 나타난다. 그것은 정의의 상징인가? 아니면 비겁함의 은폐인가?

플라톤은 『국가(Politeia)』에서 철인왕(philosopher-king)을 꿈꿨다. 지혜와 용기를 겸비한 통치자. 그러나 현실의 판사들은 철인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이다. 배고프고, 두려워하고, 승진을 염원하고, 가족을 걱정하는 나약한 인간들인 것이다.

키에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는 『죽음에 이르는 병(Sygdommen til Døden)』에서 절망의 본질을 "자기 자신이고자 하는 용기의 결핍"이라 정의했다. 독재 시대 판사들의 판결은 바로 이 절망의 표현이었다. 자신의 양심이고자 하는 용기 대신, 체제의 톱니바퀴이기를 선택한 실존적 도피였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이다. 더 이상 이승만의 천박한 영웅주의도, 박정희의 중앙정보부도, 전두환의 보안사령부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식을 벗어난 판결'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개념을 빌리자면, 그것은 '무리 본능(herd instinct)'이다. 『선악의 저편(Jenseits von Gut und Böse)』에서 니체는 인간이 진리보다 안전을, 정의보다 소속감을 선택하는 경향을 통렬히 비판했다. 오늘날 판사들의 무리는 독재자가 아니라 '법조 카르텔', '엘리트 집단의식', '기득권 보호 본능'이다.

 

엘리트의 상식이 무엇이길래 왜 그들은 다르게 느끼는가에 대한 질문이 당연히 따라온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구별짓기(La Distinction)』에서 '아비투스(habitus)' 개념을 제시했다. 특정 계급이나 집단이 공유하는 무의식적 성향 체계. 같은 학교를 나오고, 같은 시험을 통과하고,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법조인들은 독특한 아비투스를 형성한다.

그들의 상식은 일반 시민의 상식과 다르다. 강남의 아파트 값으로 생각하고, 골프장에서 형성된 인맥으로 판단하고, 자녀의 유학 경비로 세상을 가늠한다. '서민이 라면으로 한 끼 때운다'는 말에 "얼마나 어려우면 라면을…"이라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라면도 요즘 비싸지 않나?"라고 반응하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의적 악의가 아니다. 더 무서운 것은 그들이 진심으로 자신들이 공정하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거나, 재벌 총수의 횡령에 "경영 판단의 재량"을 인정하거나, 을지로 재개발 강제집행에 "공익이 사익에 우선한다"고 선언할 때, 그들은 자신들의 상식에 따라 판단한 것이다.

 

인간 본성의 나약함에 있다. 불 앞의 원시인은 지금도 여전히 존대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여전히 구석기 시대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말한다. 수십만 년 동안 인류는 부족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했다. 부족에서 추방당하면 죽음이었다. 그래서 우리 뇌는 '소속'을 '생존'과 동일시한다.

판사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부족은 법원이고, 대법원장이 부족장이며, 승진 사다리가 서열이다. 이단적 판결은 부족으로부터의 추방을 의미한다. 190만 년전부터 진화한 뇌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도스토예프스키(Fyodor Dostoevsky)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Братья Карамазовы)』에서 대심문관의 입을 빌려 인간 본성의 진실을 폭로한다. "인간은 자유보다 빵을 원하고, 진리보다 기적을 원하며, 정의보다 권위를 원한다." 냉소적이지만 부인하기 어려운 통찰이다.

 

불의 기억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여전히 불을 피우는가?

그렇다면 절망해야 하는가? 인간은 영원히 나약하고, 상식은 영원히 왜곡되며, 정의는 영원히 패배하는가?

아니다. 바로 여기서 불의 의미가 다시 등장한다.

불을 처음 다룬 인간은 상당히 무서웠을 것이다. 데었을 것이고 타기도 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거리를 두고 포기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계속했다. 그 용기 덕분에 인류는 날것에서 벗어났고, 어둠을 이겨냈으며, 추위를 극복했다. 화식(火食)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동물과 인간을 구분짓는 인간성 창조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법정의 용기 있는 판결도 마찬가지다. 1960년 조봉암 사법살인 재심에서 무죄를 선언한 판사들, 긴급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한 헌법재판소, '위안부는 성노예'라고 명시한 판결문. 이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걸었다. 부족에서 추방될 위험을 감수했다. 190만 년 진화한 뇌의 경고를 무시했다.

왜? 인간에게는 나약함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을 붙잡은 원시인의 DNA 안에는 용기도 각인되어 있다. 사르트르(Jean-Paul Sartre)가 말한 '자유에의 선고(condamné à être libre)'가 작동한 것이다.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았고, 그 자유는 곧 책임이며, 책임은 곧 선택이다.

 

제단 앞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상식의 재구성을 살펴보자.

칸트(Immanuel Kant)는 『실천이성비판(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에서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행위하라"는 정언명령(kategorischer Imperativ)을 제시했다. 단순화하면, '내 행동이 모두의 원칙이 되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이다.

판사석에 앉은 이에게 묻는다. 당신이 내린 판결이 당신 자신에게, 당신 가족에게, 당신 아이에게 적용되어도 정의로운가? 재벌 총수의 집행유예가 당신 아들의 사기죄에도 적용된다면? 성폭력 가해자의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이 당신 딸을 폭행한 자에게도 인정된다면?

진정한 상식은 여기서 작동한다. 보편성의 시험을 통과한 판단과 계급과 권력을 벗겨내도 여전히 정당한 결론인가 하는 것이다.

 

원시주의 정의론으로 바라 본 본질로의 회귀에 대해 이야기다.

바비큐의 원시주의가 가스 그릴과 온도계를 거부하고 불과 직관으로 돌아가듯, 정의도 복잡한 법리 해석과 선례 답습을 벗어나 본질로 회귀해야 한다.

법의 본질은 무엇인가? 로마법의 근본 원칙인 '각자에게 그의 몫을(suum cuique)'이다. 공정한 분배. 약자의 보호. 강자의 전횡 방지. 이 단순한 원칙 앞에서 수천 페이지 판례집은 때로 장애물일 수도 있다.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Sein und Zeit)』에서 '근원으로의 도약(Sprung in den Ursprung)'을 말했다. 기술 문명에 가려진 존재의 진리로 돌아가기. 판사에게 필요한 것도 이 도약이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육, 사법연수원 세뇌, 법조 카르텔의 압력을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의 도덕적 직관으로 돌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불멸의 불꽃인 상식은 꺼지지 않는다.

역사는 증명한다. 잘못된 판결은 결국 뒤집힌다. 조봉암은 사후 60년 만에 무죄를 받았다. 재심은 지옥에서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산 자들에게는 교훈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적 상식'은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판사가 아무리 이상한 판결을 내려도, 시민들은 안다.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위선인지. 법복이 진리를 가릴 수 없다.

그람시(Antonio Gramsci)는 옥중수고에서 '유기적 지식인(intellettuale organico)'을 말했다. 민중과 유리되지 않고, 권력에 포섭되지 않으며, 진리를 위해 투쟁하는 지식인. 판사여, 당신은 법률가이기 전에 시민이다. 엘리트이기 전에 인간이다.

 

다시 불 앞에 서면서 상식을 생각한다.

원시의 인간이 불 앞에서 선택했듯, 오늘 판사석의 인간도 선택한다. 용기냐, 비겁함이냐. 진실이냐, 안전이냐. 보편적 정의냐, 집단의 이익이냐.

나약함은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용기도 인간의 본성이다. 불을 잡은 손은 떨렸지만, 그 떨리는 손이 문명을 만들었다.

법정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때로 희미해지고, 때로 잘못된 곳을 태우지만, 누군가는 계속 불을 지핀다. 그 불꽃이 상식이고, 그 상식이 인간성의 마지막 보루다.

법복에 가려진 당신의 맨 몸이 상식이던 시대가 있었다. 우리는 이것을 원시라고 한다. 알 몸은 진실이었으며 상식이었다. 서로을 위협할 그 무엇도 손에 쥐거나 숨길 수 없는 것이 맨 몸이다. 그 앞에서는 역설도 없다. 

법봉이 그 맨 몸과 닿아 있다. 의식 또한 법봉과 닿아 있다. 다만 법복이 권위라는 것으로 그것을 가리고 있지만 여전히 법봉은 맨몸과 닿아 있다. 권위가 진실을 이길 수는 없다. 그것이 상식이다. 

불은 거짓말도 경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진실을 상식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법정도 그래야 한다.

 

필자

Shaka (차영기, 경기도 화성시, 샤카스바비큐)

프로바비큐어

바비큐 프로모터 겸 퍼포머

대한아웃도어바비큐협회 회장

바비큐 작가

Korea Barbecue University

Korea Barbecue Research & Institute

이메일 araliocha@gmail.com(010-2499-9245)

 

 

작성 2026.02.02 16:46 수정 2026.02.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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